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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우리가 응원하는 매일매일

by 부산여성회 2021. 8. 4.

강유가람 감독 <우리는 매일매일>

 

2021년의 여름은 뜨겁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권이나 문화계가 뜨겁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계올림픽 최초 3관왕을 이룬 양궁 안산 선수가 경기 외의 이슈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국회의원들, 야당 대변인과 당대표는 논평을 낸다. 짧은 머리로 시작된 페미니스트 공격이다. 외신은 온라인 괴롭힘이라고 보도하는데 이 소식을 듣고 있는 우리는 답답하고 부끄럽다.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이 대체 뭐길래 언론은 젠더갈등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실어 나르기 바쁜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서구의 페미니즘 운동은 68운동과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에 상륙하지 못했다. 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이 급해서 여성 운동은 우선 순위가 밀렸다. 그러면 문민정부가 시작된 이후에는 어떠했을까? 1979년생 강유가람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영페미들의 모습을 기록해 놓았다.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작품상, 45회 서울 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2회 여성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이 영화의 가치를 증명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성평등한 사회로 가고 있는가 회의를 느낄 때, 그냥 얻어지는 건 없으며 연대하고 공론화하여 얻어진 법과 제도가 현재의 모습이라고 이 영화는 증언한다.

 

자 이제 젊은 혈기를 불태웠던 그 시절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다. 강유가람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서울 및 전라도, 제주도로 찾아간다. 키라, 짜투리, 어라, 오매, 흐른이라는 활동명을 가진 친구들은 나이가 들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도 있다. 지금 직접적으로 사회 운동을 하지 않는 친구도 젊은 시절 세웠던 가치관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할 일이 많아 지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지점에서 친구들이 있는데 왜 힘드냐고 말하는 장면에는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의 순간이 있다.

 

강유가람 감독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지 않으면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책이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여자들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워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귀한 영화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관람하는 관객의 연령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영화이다. 한국 사회의 의식이 빠른 시간에 바뀌어 왔기 때문이기도 한데, 향수를 느낄 수도 있으며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강유가람 감독은 2020부산국제영화제에 후배 감독을 대신해서 GV에 참석했었다. MBTI결과가 I로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의 강유가람 감독은 <해일 앞에서>라는 영화 상영 후 여러 질문에 진지한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1990년생 전성연 감독의 이 영화는 영영페미의 활동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바톤을 이어받은 듯한 영화 <해일 앞에서>도 뜨겁다. ‘영페미가 아버지나 남자 형제 때문에 치킨 다리를 못 먹어서 내 파이를 위해 싸웠다면 영영페미는 치킨 다리 먹으며 집에서 차별받지 않았는데 니가 뭔데 사회가 뭔데 날 차별해이런 느낌이다. 다음 세대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 수 있도록 여성주의 영화들로 부흥회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아무리 백래시가 심해도 진보의 해일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부산여성회 해운대지부 임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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