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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생각해봤는데-

박근혜후보 부산오던 날 (by 구랭)

by 부산여성회 2012. 9. 25.

 

 

 

 

 

  이번 주 월요일 오후에 새누리당 부산시당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다고 해도- 사실... 시당 사무실 앞- 까지만이요::

 

  부산여성단체연합이 정수재단반환대책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이 날 (9월 24일) 박근혜 후보가 부산을 방문한다고 해서

  정수재단 반환을 촉구하고 부산일보 편집독립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거든요.

 

  박근혜 후보는 2시에 도착할 예정이고,

  대책위는 1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남천동 당사 앞에 도착해보니 평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어요.

  자주 못 보던 방송국 승합차들도 와 있고, 근처 주차장들이 만차.

  관계자와 경찰들이 입구 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오늘이 새누리당부산선대본 출범식이라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기자회견을 시작하려 할 때는 살짝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대책위의 양 옆을 막으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보내주지 않아서 실랑이가 일었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성난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보입니다.

조금 흥분하신 상태인데다 대책위 쪽으로 비집고 들어오시며

'비켜라, 비켜. 우리도 같이 좀 살자!!' 하기에 기자회견을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는

박근혜 후보 열렬 지지자분들인가 했어요.

 

알고 보니 오늘 이 자리에 집회신고를 먼저 낸

저축은행 피해자 분들이었습니다. (한 달 전에 신고를 했다네요)

 

그 쪽에서 플랜카드를 펼치려고 하는데 경찰들이 막아나서니

좁은 인도 쪽으로 못 올라오고 도로에 나가 앉습니다.

대표로 보이는 분이 확성기를 들고 계속 이야기를 하니까

사복경찰들이 우르르 따라가고, 이리 가면 이리 우르르, 저리 옮기면 저리 우르르.

분위기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이것이 인도 위의 상황.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중에도 옆에서는 충돌이...:::

네, 한 장소에서 두 가지 집회가 동시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 도로 위의 상황.

 

 

 

 

                                         (확성기를 들고 계속 이야기하는 저축은행 피해자 대표분은

집중 마크를 당해서 잘 보이질 않네요:::)

 

 

" 집회신고 냈는데 와 이라는데!!"

 

 

 

정수재단반환대책위도 기자회견을 마치고

예정되었던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집회를 보장해주라고

경찰 측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자리를 안 터 줘서 도로를 점거하고 우왕좌왕...하던 와중에

 

 

2시 6분쯤 되어 박근혜 후보가 도착했습니다.

 

 

             경찰들의 스크럼 사이로 등장해서 저축은행 피해자분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답답한 피해자분들은

 성난 목소리로 "박근혜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외쳤고,

 육교 계단 위에 시민 중에는 "박근혜! 박근혜!!" 를 연호하며

 환영하는 분도 서넛 있었습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시당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플랜카드를 펴고 집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모피아, 고위공직자 사형시켜라> 구호가 과격해서 놀랐습니다만::::

 어디가서 발표하라고 해도 잘 안 나설 것 같고,

 멋낼 줄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이크를 잡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들으니

 다들 피 맺힌 사연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 우리한테 왜 이라노! 우리가 은행에 돈 맡긴 게 죄가!!"

 

"2008년에 진작 영업정지 시켰어야 하는 것을

자기들은 다 알았으면서 눈 감아주고 결국 피해보는 건 우리같은 사람들!"

 

 

 

  저축은행 피해자모임 대표분.

 

" 가진 자들끼리 뇌물받고 공천 돌리고, 금감원은 덮어주고

  대한민국 서민에게는 법이 없습니다. 형평성이 없습니다! "

 

 "한나라당 말로만 쇄신쇄신!

  저축은행 문제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못 지키면 부산 오지 마십시오!"

 

"한나라당 깃발만 달면 당선시켜주니

부산시민들이 우습게 보입니까!

우리한테 뭘 원합니까? 표를 원합니까?"

 

 " 오늘 박근혜 대선 주자가 부산대에 못 갔는데 거기 젊은 학생들만 표인 줄 아십니까.

   그 학생이 바로 여기 나이 든 사람들 아들이고 손잡니다!" 

 

  발언하는 중에 경찰들에 둘러싸여 밀리는 일도 잠깐 생겼습니다.

 

 

 

입구 쪽에서는 계속 발언과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2시 35분쯤, 새누리당 부산시당 뒷문 쪽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나오면 태우려는 것인지 차 한대가 시동을 걸고 계속 대기중이었습니다.

저축은행 피해자분들은 박근혜를 만나려고 뒷문 쪽에도 서 계셨는데

저는 이 시간쯤 자리를 떴어요.

 

 

 

저축은행 피해자분들 평균 나이가 70세가 넘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민사재판으로 해결하라고 했다는데

민사로 이런 문제는 10년씩 걸린답니다.

참 답답해 보였습니다.

 

 

 

오늘 새누리당 부산선대본 출범식이라

관계자는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남의 집 잔칫날에 와서 이 무슨 짓이냐'고 했다네요.

 

 

저녁에 컴퓨터를 켜 보니

이 시각 새누리당 당사 안의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말춤을 추었네요.

같이 춤 춘 게 아니라 시늉만 했다고 해명했습니다만

오전에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이 겹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서 있었던 바깥의 분위기와도 딴 곳인 듯 다릅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분이라면

잔칫집 바깥에 몰려 든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와 한숨을 귀담아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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