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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생각해봤는데-

처벌만 강화하면 성폭력 해결될까? (by 이필숙)

by 부산여성회 2012. 9. 25.

 

 

 

 

           * 사하가정폭력상담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필숙 공동대표님이 사하인터넷뉴스에 기고한 글을 옮깁니다.

 

 

   [현장에서] 처벌만 강화하면 성폭력 해결될까? (2012. 9.12)

    링크: http://sahainews.co.kr/ArticleSearchView.asp?intNum=4032&ASection=001052

 

 

 

 

 

[현장에서]  처벌만 강화하면 성폭력 해결될까?

 

나주 어린이 성폭력 사건으로 온 사회의 관심이 성폭력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이런 건이 일어날 때 늘 그랬지만, 너도나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라고 하고

경찰은 불심검문을 다시 시작하고, 화학적 거세를 빨리 발효해야 하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앞 다투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문제를 집중해서 운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성폭력 범죄 가해자에 대한 공분과

함께 극단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시각과 현재의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 처벌 요구는 장기적, 근본적 해결책 되지 못해

 

성폭력사건 중 80%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가진

대부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언론에서는 선정적이고 끔찍한

사건을 중심으로 보도하고,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사소한 것으로 용인하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는 잘못된 성문화와 권력 관계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범죄로 가해자 개개인의

처벌에만 집중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성폭력 범죄 대책으로 마련한 주요 정책에는 성폭력 범죄의 양형 상향 조정과 더불어

신상정보공개 확대 및 전자발찌 착용, 성충동 약물치료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처벌 강화에

집중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성폭력 범죄 하락에 효과를 보일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성폭력 범죄 양형의 상향 조정은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판부가 성폭력 범죄의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 더욱더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하게 되고 

범죄 입증의 부담을 피해자가 더 크게 갖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성폭력의 경우

증거가 미약한 경우가 많다. 이에 무조건적인 범죄 양형 상향 조정은 오히려 처벌률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낙인과 가해자 재범 방지를 위해 도입한 신상정보공개의 확대 시행은

가해자와 대면하는 방식조차 알지 못하는 많은 시민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전자발찌 부착 범죄자의 재범 사건들에서도 보이듯, 전자발찌는 가해자

에게 심리적 부담으로만 작동할 뿐 실질적인 재범 예방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정부는 화학적 거세의 대상자를 확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성폭력이 성충동에 의해 일어난다는 왜곡과 편견을 심어주기 쉽다. 성충동 약물

치료는 초범을 막을 수단은 되지 못할 뿐더러 가해자들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성폭력이

성충동에 의해 일어났을 뿐 고의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형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폭력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범죄가 아니라 생물학적 충동에 의해 벌어지는

개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고정시킬 우려가 있다.

 

성폭력 범죄는 신고율과 기소율, 처벌율이 낮다. 수많은 성폭력 사건 중 실질적으로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사건은 낮은 신고율을 넘어서, 그 중에서도 친고죄로 인한 합의종용과

검사의 불기소 의견을 넘기고, 3심제를 지나서, 유죄 판결을 받는 소수의 경우들 뿐이다.

 

 

성폭력 출발은 잘못된 성문화, 권력관계 ... 인식전환 우선돼야

 

그동안 한국사회는 성문화와 권력관계에 대한 고찰 없이 성폭력을 바라보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가해자 처벌 강화 방식이 대두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특별한 범죄자가 아니며 생활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다. 이는 우리가 이들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성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만 성폭력 사건 발생율을 낮출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공교육에서의 깊이 있는 인권교육 도입,

언론의 성폭력 기사 보도 가이드라인 마련, 형사사법절차상의 2차 피해 방지 마련 및 수사

재판의 전문화 노력, 그리고 정치권의 인기영합적인 단기 대응책이 아닌 한국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 성폭력은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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