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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여성회소식] 현장연결!

소성리에 다녀 오다. (소성리에 평화를!)

by 부산여성회 2021. 7. 7.

 

소성리 출발 하루 전,

마음이 복잡하다.

‘누구누구는 경찰들에게 들려서 나왔다던데 괜찮겠어?’

떠나는 사람에게 이런 괴담을 들려주면서 괜찮냐고? 괜찮냐고?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내일은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괜찮아 괜찮아를 의도적으로 되뇌어보지만, 이놈의 눈치 없는 손가락은 ‘경찰 대치, 미국 사드’ 등 소성리 연관 검색어를 끊임없이 치고 있었다.

아....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도 대책이란 걸 세워야지.

내가 뭘 해야 할까..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창의력을 가졌댔는데...분명 지난 성격 검사에서 거부할 수 없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는데.. 하얘진 머릿속은 온몸으로 창의력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

몸무게를 늘리는거야.. 새벽 1시. 일단 라면 물을 올리고..

이건 배가 고프다기보다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야. 불끈.

 

새벽 3:30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무거운 몸으로 소성리를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부산을 빠져나갈 즈음 멀쩡하던 하늘에서 난데없이 비바람이 몰아쳤다. 몇 시간 뒤 나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새벽 6:00

소성리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00여 명의 지킴이들, 소성리 주민들 속에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반으로 나뉘어 불법 사드 반대 평화행동을 시작했다.

 

공권력을 동원하다.

1천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마을회관 주변을 포위하듯 겹겹이 에워쌌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경찰은 수차례 경고방송을 하며 자진해산을 명령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무자비한 강제 해산이 시작되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무참히 뜯겨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남은 나에게 경찰들이 다가와 말했다.

“조용히 두발로 곱게 가시죠?”

자고 있을 집에 아이들의 얼굴이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허우적대는 내가 보였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사람도 국민도 아니었다. 미국을 위해 치워야 할 쓰레기 따위에 불과했다. 그렇게 무참히 치워졌다. 바닥에 버려졌고, 세상이 정지했다.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내민 윤서영님(부산여성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현 진보당 여성엄마당 위원장)을 올려다보았다.

“여러분들의 숫자가 백 명이 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감염병 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아득히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건 지난 2016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통해서다. 그리고 4년째 투쟁 중이다. 최근 방한한 미 국방장관은 조속한 기지 공사와 장비 반입을 한국에 강압한 바 있으며, 이미 국방부는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전적 주둔’을 위해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공사장비를 육로로 반입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현재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매주 화요일, 목요일 두 차례 공사 자재와 물품을 반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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