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소식/소식지

2016. 7월 68호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by 부산여성회 2016. 8. 24.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이야기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양영란 (동래지부)

 

 

 

  고등학교때 대학에 다니는 오빠가 있었다. 오빠는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놀기 좋아했던 나는 오빠의 피곤하다는 말이 무척 낭만적으로 들렸다.그래서 나도 한번 피곤해 봤으면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4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지금 해질 때가 되면 어둠과 함께 피곤함도 몰려온다. 생체시계의 작동에 맞혀 11시 정도면 잠자리에 들고 5시에 기상한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아침준비등으로 그 시간엔 일어나야 한다.

 

 지난날을 뒤 돌아보면 신체적으로 아파서 겪은 고통은 기억이 날만큼 아픈적이 별로 없으나 정신건강은 매우 불안정하였다. 대학진학이 불발로 시작된 나의 20대는 카오스 그 자체였다.

 

 부모님은 산골에서 농사지어 오빠 둘을 대학 보내고 딸까지 대학 보낼 생각은 아예 없으셨다. 그 당시에 시골의 정서는 딸에게 공평하지 못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어엿하게 합격먹었으나 신랑 잘 만나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오랏줄에 묶여 절망을 겪어야 했다.

 

 최선이 안될 때는 차선이 최선이다.

 진학을 못한 나의 정신적충격은 어리숙하던 내가 감당하기엔 쎈놈이었다. 서울의 외삼촌 공장에 있으면서 대인기피증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사람들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고 길에 나서면 모두 나만 처다 보는 것 같아 땅만 보고 다녔었다. 우울했고 쉬는 날이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시간이나 앉아 있곤 했다 자기연민이라는 오랏줄을 스스로 묶었던 것일까.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다행히 증상이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20대에 누리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배움이라든지 연애, 사람들과의 사귐, 여행.....

 나는 얼어붙어 있었고 말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책이라도 열심히 읽었으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 차선이 최선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30대에 결혼하여 딸 둘을 낳았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힘들기도 하나 신비로운 일이었다. 생명을 돌보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무언가 마음을 기울여 해야 될 일이 있을 때 삶의 이유를 찾게 되는듯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

 박학다식하고 태평한 듯 게으른 남편덕분에 세상이 크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 문제가 대수롭지않은, 세상사람 다 겪는 일들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과 친구와 스승을 찾게 되었고 책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녹고 있는 중이고 나의 말,단어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이때도 몸보다 꽃의 시기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나도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이 직장은 내가 가장 젊은사람이다.

40대후반인 나는 꽃과 몸이 함께 가는 시기인 듯하다. 시들기 시작한 꽃이 더 정확한가 이제 먹는 것,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먹는 것은 자연재배된,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 면역물질과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한 생물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겠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마음까지 건강해진단다.

 

 움직이는 것은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자연에서 활동이 제격이다. 특히 별 비용이 들지않는 근교산을 오르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휴식이자 운동이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저렴한 비용의 요가도 큰 도움이 된다. 동네언니들과 함께 요가하는 시간은 평안한 즐거움을 준다. 그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고 충전이 이루어지며 온기와 용기를 새로이 하는 시간이다.

 

생이 있으면 노병사를 피해갈 수없다. 하지만 사는 동안 꽃과같이를 꿈꿔본다.

꿈도 희망이라기보다 절망할 수 없는 자들의 선택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