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국전력(한전)은 경남 밀양의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했다. 공사를 막으려는 70, 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 16명이 다치거나 쓰러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 한전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변지역 보상’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밀양 송전선로 문제를 이해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765kV 송전선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154kV 송전선로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보내는 초고압 송전선로이다. 따라서 그로부터 나오는 전자파도 엄청나다.높이가 140m에 달하기 때문에 경관이나 환경에 주는 부담도 크다.
둘째, 이런 765kV 송전선로가 밀양 구간에서는 마을들에 너무 가깝게 지나가고, 논밭 위로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양 주민들이 입게 되는 피해는 엄청나다. 전자파 때문에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도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으며, 부근의 땅들은 재산가치도 없게 된다. 그런데 보상은 송전선로 부근의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돼 있다. 한전이 보상을 비현실적으로 하는 이유는, 제대로 보상을 하면 765kV 송전선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그 자체로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골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불의(不義)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셋째, 밀양을 지나가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는 그 필요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전은 1990년대에 영광 원전과 수도권 간에 765kV 송전선을 계획했으나 IMF 외환위기 직후 계획을 폐지한 바 있다. ‘신고리~북경남’ 간의 765kV 송전선로도 애초에는 수도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수도권 연결 계획이 폐지됐다. 그리고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의 송전망과 연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영남권인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가까운 영남권으로 보내면서 765kV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765kV 송전선로는 캐나다 퀘벡주의 수력발전소들과 미국의 북동부 지역 간을 잇는 1000㎞대의 선로처럼 장거리 송전에 주로 사용되는 선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밀어붙인 것 자체가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들이다. 그런데도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전력난이 초래된다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한전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하려면 밀양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미 한전 사장도 신고리 3호기까지는 기존 선로를 이용한 송전이 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설사 신고리 3호기 가동시기가 늦춰진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전력난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생산량의 1.7%에 불과하고, 이것은 영남권의 수요관리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한전 부사장의 입을 통해,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계약에서 ‘신고리 3호기 가동이 안되면 페널티를 문다’는 엉터리 계약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 때문에 무리하게 밀양구간 공사를 강행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지금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공사를 빨리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사 중단과 함께 주민들이 요구해온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협의체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저지른 잘못들을 조사하고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들을 검토해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765kV 송전선로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가 송전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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