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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여성회소식] 현장연결!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부산여성회 호소문

by 부산여성회 2014. 4. 21.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부산여성회 호소문]

 

<오늘(4/21)부터 매일 저녁 7시, 부산역에서 부산 엄마들이 촛불을 듭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를 보면서 국민들은 애도의 마음을 넘어 이제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매일 저녁 7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 구조를 바라며, 정부의 신속하고 올바른 대응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겠습니다.

오늘로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 그 동안 단 한 명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실종자 가족과 온 국민은 하루하루 안타깝고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오늘까지 정부가 보여준 건 오락가락 발표에, 단 하루도 혼선 없이 지낸 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현장을 찾은 안전행정부 직원은 기념촬영 논란을 일으키고, 교육부장관은 의전용 의자에서 라면을 먹고 장례식장을 찾아가 의전을 요구하고, 빠른 구조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에게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대응에 대한 불신임을 선언하는 지경까지 왔고 지난 4월 19일 밤 실종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직접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너무도 신속하게 경찰을 동원하고 해양수산부장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울부짓는 학부모들을 밤새 막아 나섰습니다. 학부모들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되자 진도에서 걸어서라도 청와대로 가겠다고 비가 내리는 길을 나섰습니다. 변변한 옷도 걸치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온 엄마의 발이 아파오기 시작하자 옆을 따르던 딸은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엄마에게 신겨줬습니다. 엄마는 울부짖습니다. “꺼내온 내 아이 얼굴도 알아볼 수 없으면 평생 못 산다.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꺼내줘라. 한번이라도 얼굴 알아볼 때 안아보고 떠내 보내야 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행정안전부의 명칭도 안전행정부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는 국민을 안전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분노한 민심을 억누르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한 규제마저 암덩어리라며, 쳐부숴야 할 적으로 취급한 대통령 덕분에, 돈벌이를 위해서는 온갖 안전장치도 다 무시한 악덕기업 때문에 세월호는 침몰했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정부의 재난관리도 침몰했습니다. 아이들이 갇혀있는 세월호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세월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왜 뱃머리가 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하고 물에 잠긴 후에야 선내에 진입해서 시신만 인양하고 있습니까? 단원고 엄마들의 절규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오죽하면 비를 맞으며 맨발로 길을 나섰을까요?

우리가 촛불을 듭시다.

단원고 엄마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아이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한 엄마의 말처럼 딱 한 번이라도 내 새끼 품어주고 보내줄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부산의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2014년 4월 21일 부산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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